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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상황”… 국정자원 화재로 647개 시스템 중단

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 대마비…647개 시스템 중단 “심각 단계”
배터리 교체 작업 중 폭발사고로 10시간 화재…정부 중대본 가동
박지혜 기자
2025-09-27 09: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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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상황”… 국정자원 화재로 647개 시스템 중단(사진: 연합뉴스)

국가 전산망의 심장부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27일 위기경보수준을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비상대응에 나섰다.

“10시간 화재 끝에 진압…647개 시스템 전면 중단”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전날 발생한 국정자원 화재 영향으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 가동이 중단됐다”고 발표했다.

화재는 26일 오후 8시 20분경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발생했다. 무정전 전원장치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는 작업 중 전원이 차단된 리튬이온 배터리 1개가 폭발하면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인력 170여 명과 소방차 63대를 투입해 약 10시간 만인 27일 오전 6시 30분경 큰 불길을 잡았다. 화재 과정에서 작업 중이던 업체 직원 1명이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었다.

김 차관은 “화재 영향으로 항온항습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서버의 급격한 가열이 우려돼 정보시스템을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가동을 중단시켰다”고 설명했다.

정부 “심각 단계” 격상…전산마비로는 첫 중대본 가동

행안부는 27일 오전 윤호중 장관 주재로 상황판단회의를 열고 기존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했다. 전산장애로 중대본이 가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정정보시스템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위기경보수준도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27일 오전 8시 2분 “국민신문고 등 전산망 장애 발생, 주요 행정서비스 이용 제한”이라는 재난문자를 전국에 발송했다.

윤호중 장관은 “정부는 이번 사태의 조속한 복구를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으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체국·국민신문고 등 주요 서비스 전면 마비

이번 화재로 우체국 금융서비스와 우편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우체국 입출금·이체, ATM 이용, 보험료 납부 및 보험금 지급 등 모든 금융서비스가 중지된 상태다. 인터넷우체국을 통한 우편서비스도 불가능하다.

정부24, 국민신문고, 모바일 신분증 등 1등급 12개, 2등급 58개 시스템이 장애를 보이고 있다. 행안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홈페이지도 접속이 어려운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우정사업본부는 “27일 배달 예정인 소포우편물은 오프라인 체계로 전환해 배달할 예정”이라며 “시스템 복구 일정에 따라 신속하게 서비스를 재개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체서비스 이용하고 기한 연장 조치”

정부는 국민 불편 최소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다. 행안부와 기관 홈페이지 접속 장애로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국민 행동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민원서류 처리와 발급을 위한 대체 서비스로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교통민원24, 세움터, 홈택스, 국민건강보험공단, 농업e지원시스템 등을 안내했다.

김 차관은 “각 기관의 업무연속성 계획에 따라 수기 접수 처리 체계와 대체 사이트 안내 등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며 “시스템 정상화 이전에 도래하는 세금 납부, 서류 제출 기한은 정상화 이후로 연장하도록 유관기관에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2023년 말 ‘행정망 전산마비 사태’ 이후 정부가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해 시스템의 근본적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정자원에는 총 647종의 정보시스템이 관리되고 있으며, 현재 70여 개 시스템이 완전 마비된 상태다. 내부에 보관된 리튬이온 배터리 팩 192개는 상당수가 소실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국가 핵심 데이터 손상을 우려해 대량의 물 대신 이산화탄소 등 가스소화설비를 사용해 진화했으나, 이로 인해 진화 작업이 장시간 소요됐다.

정부는 현재 항온항습기 복구를 우선 진행하고 있으며, 이후 서버를 재가동해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복구할 계획이다. 우체국 금융·우편 등 국민 파급효과가 큰 서비스부터 우선 복구한다는 방침이다.

시민들 “국가 안보 위기” 우려…백업 시스템 부재 지적

이번 사태에 대해 시민들은 온라인을 통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국가재난사태에 준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조용하다고? 이젠 진짜 전쟁 언제나도 모를 지경됐네. 나라 안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라며 국가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다.

백업 시스템 부재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화재 났을 때를 대비한 서브 관리원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님”, “국가정보 등 중요 자료를 다루는 곳은 화재 등 비상사태를 대비해 이중 삼중의 예방책이 필요하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일부는 전산실 내 리튬배터리 보관 자체에 의문을 표했다. “전산실에 리튬배터리가 왜 있지”라며 안전관리 소홀을 지적했고, “카카오톡도 개인정보 때문에 난리인데, 이번엔 국가정보원이야? 미치겠네”라는 반응도 있었다.

특히 안보 측면에서의 우려가 컸다. “대한민국은 휴전국가입니다. 전쟁 중인 국가라는 뜻입니다. 잘 생각하세요. 국가정보는 곧 국가보안입니다”라며 국가 핵심 인프라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